070124_아그라_파테푸르씨크리-씨크리

우리가 묵은 곳은 따라 팰리스(Tara Palace).
좀 많이 늦어져서 오후 일정이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짐만 풀고 얼른 점심먹고, 파테푸르 씨크리로 가는 계획. ('하나의 도시 전체가 유적지다' 라는 엄청난 말에 껌벅 넘어가서는 인도에 가기 전부터 이 곳을 갈 것을 주장한 현준이와, 그 입장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한때 고고학자를 꿈꿨던, 조장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준기씨가 강력하게 밀었다는... 뭐 어쨌든 가기로 결정!!!)

방법은 두가지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갔다 오는 방법과, 아망고님을 통해 택시를 빌려서 갔다 오는 것.
우리가 선택한 것은 후자. 버스를 타고 갔다 오는 것이 돈이 좀 덜 들겠지만, 굉장히 촉박한 시간 상황인데 교통체증으로 막힐수도 있고 방법도 잘 모르고. (현준이와 둘이 다니는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이 쪽을 택해서 헤메고 손해보면서 즐거워 했겠지만, 우리학교 13명 전체의 이동이었으니까-) 그래서 총 네 대의 택시를 빌려서, 왕복 가격을 지불한 후 (아망고님은 올 때 가격도 포함된 것임을 몇번이나 강조하셨다. 돈 더 뜯기면 안된다고, 가이드 얘기를 해도 하지 말라고, 팁도 줄 필요 없다고 몇번이나 몇번이다 신신당부. 이거야 원 인도는 적어도 관광객을 상대로는 철저히 신뢰가 상실된 사회인 것을 너무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너무 친절하시다. :>) 다녀오기로 했다. 총 1800 루피.

늦어진 관계로 약간의 발열증세를 보이는 나의 부족한 모습을 진정시키며 -0- 따라 팰리스에서 730루피 어치의 음식을 '마신' 후, 역시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택시에 올랐다. 총 네 대의 택시에 남자 하나 여자 둘 씩의 구성을 신경쓰면서. (언제나 남자를 하나씩은 끼워두자는 것은 여행 전체에 걸쳐 우리가 꼭 지키고자 했던 몇가지 안되는 원칙중의 하나다. 만약의 경우라는 사태엔 어차피 남자가 있으나 없으나 무력하긴 마찬가지 이겠지만, 성희롱과 추근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만이라도.)

가는 길은 역시나 이미 익숙해진 대. 혼. 돈. 혼란. 인도스러운 길.
온갖 교통수단과 사람, 동물들까지(!) 뒤섞인 그 길에서 역시 '교통질서'라는건 기대할 수 없는 것. 중국에선 그래도 연길쪽 갔을 때 신호를 잘 지키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었는데, 이 곳에선 언제쯤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정말 끝까지 헛된 상상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날 우리는 가는 길에서, 심지어,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있는 길에서 릭샤꾼이 잘 못 지나가자 옆에 있던 경찰이 들고 있던 몽둥이로 릭샤꾼을 두들겨 패는 (!!!-_-!!!) 광경]까지 목격하고 만다. (라고 최현준씨가 증언했다. 나는 봤어도 아마 머릿속에 있는 경찰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과 눈앞의 풍경이 빚어내는 불일치로 현실을 부정하고 입력을 거절하지 않았을까...) 경찰이 다들 들고 다니길레 '길 막고 있는 소 때리는건가보다. 소를 신성시한다는게 과장이었나봐.' 라고 생각하게 한 그 몽둥이가 그런 용도였다니...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파테푸르 씨크리.
우리의 착각이었던 것이, 이 '도시 전체가 유적' 에서 '도시'는 지금의 도시가 아니라 예전에 사용되던 그 도시인 거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혹은 그 영역에 속하는, 그정도의 규모. 그런 도시. 결국 지금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도시 하나가 유적' 이 아니라 '큰 마을 규모의 거대한 유적' 정도. 뭐, 그래도 성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크긴 엄청 컸다. 결코 작다는게 아니다.


100배를 보면서 토론중인(?) 두 현영과 현준. 지금은, 큰 현영은 기자님이시고, 작은 현영은 고대 대답 주체님, 현준은... 폐인이다.
어느새 안에 들어와 있다. ^^ 티켓 끊고 (정말 끊는다. 아니 찢다고 해야 하나?^^) 뭔가 큰게 있겠지 하고 오다보니 어느새 안에 와 있더라. -_-;;;나중에 안 거지만 우리가 씨크리 쪽으로 먼저 들어가서 그랬던거다. 로얄 팰리스 있는 곳.
정말이지, 들러붙는 가이드 지망자들이 넘쳐나고, 호객행위가 인도에서 가 본 곳 중 최악이었다. 정말이지 끔찍. 찰거머리!!! 라는 느낌. 입장료는 무려 Rs 250 + tax 10. 세상에 뭐가 이리 비싸다냐... 게다가 들어오자마자 돈아깝다는 느낌이 확...;;; 뭔가 아름다운걸 기대해서 였나보다. 그리고, 100배에 나온 사진은, 그 문은 실제로 엄청 멋있었기 때문이다.ㅠ 그걸 상상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아무튼, 먼저 들어간 곳은 조디 바이 궁전 Jodhi Bai Palace 이었다. 악바르 황제에게 첫 아들을 안겨준 힌두 출신 왕비를 위한, 힌두 + 이슬람 형식의 건물이라는데... 건축양식이야 모르니까 ^^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사실 별거 없고... 안에서는 바닥에 앉아 돌을 깨며 조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뭔가 하고 구경했더니만 뭐 별 의미도 없어보이는 그냥 그 '빨간 돌' 조각을 '팔아먹으려' 한다. 헉 이거 하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거 점점 열받네... 싶었다.


버발 바반 Birbal Bhavan 이라는 건물은 악바르 황제가 총애했던 권신 라자 버발 Raja Birbal을 위해 지어진 건물. 얼마나 총애했으면 신하인데 Raja라는 말을 붙여줬을까. 얼마나 총애했으면 궁 안에다 따로 집까지 지어준걸까. 허허. 이쁘긴 했다. 하지만... 그 옆의 마굿간이 죽~ 늘어선 엄청난 광경(위 사진)이 더 인상적이었다.


버발 바반 안에서 찍은 벽의 상감. 누군가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검은색. 몇백년 전의 사람들이 이것을 만지고, 또 내가 지금 이렇게 만지면, 우리는 어디선가 이어져 소통하고 있는 것일 터이다. 먼저 왔다 간 이들도, 지금의 우리도, 나중에 올 이들도 모두가 한 곳에서 만난다는, 만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사후세계를 만들어내고 신화를 만들어 낸 거겠지.


황금궁전 Golden Palace. 기독교 신자였던 고야 주의 미리암 (역시 부인)을 위한 궁전이라는데 이게 왜 이름이 황금궁전인지 모르겠다. 이거 뭐 금각사처럼 금박을 둘러놓지 않고서야 왜 이렇게 생긴, 크지도 않은 건물이 황금궁전인지. 갑자기 비교 대상으로 우리나라 궁이 생각났다. 그정도는 되어야지... 아 이쯤 가니까 이런 유적도 즐겁긴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슬슬 경복궁이 보고 싶더라. ^^;;;


판츠 마할 Panch Mahal. 황제의 시녀들이 머물렀던 건물이라고 한다. 층마다 칸막이가 쳐진 좁은 방이 줄지어 있었다고 하고, 1층에는 84개 정도로 추정된다는데... 아니 저기에 84개면... 뭐야 닭장이냐;;; 대충 보고 지나갔지만, 어느 곳이나 시녀라는 존재가 대접받지 못했던 것은 똑같은 듯. 당연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인권' 개념으로 보고 '평등' 개념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참 기막힌 세상이다. 역시.


파노라마로 인해 왜곡이 있지만... 오른쪽에 디와니카스가 보인다.


다우밧 카나 Daulat Khana 였나?? -_-;;;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이 방 전체에 보석이 쌓여있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아닌가? 여튼 저 칸칸이 죄다 보석으로 차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듯.
지금에 와서는 별모양 창살 정도의 관심거리임에도, 그 과거가 가지는 힘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역시 유적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에의 가치도 있지만 그 내력인가. 그리고, 내력에도 '보석'이 가지는 힘은 작용하는건가. ^^


돌아볼 때는 이 뒤쪽이 파치시 정원 Pachisi Court Yard 인 줄 알았는데, 지금 100배 지도를 보니 이게 파치시 정원이었나보다. 여기서 악바르 왕이 정원 전체를 체스판 삼고 시녀들을 '말' 삼아서 인도 장기인 '파치시'를 두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라고... 해리포터냐;;; 그럼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왕이 공식 업무를 보던 알현실이었던 디와니 암 Diwan-i-Am의 입구인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다시 느끼지만 V705 이거 물건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지금 내가 10D로 찍는거보다 훨씬 멋지다. 광각의 힘인건가 ㅠ 렌즈 살 돈이 없어... ㅠ


디와니카스 Diwan-i-Khas.
내가 부르기로는 스타워즈 회의장. 스타워즈에 나오는, 각 행성 대표들이 회의를 하던 그 곳이 생각나는 모습이고 느낌이다. 다양한 종교의 최고지도자들이 모여서(난 이 때 이 나라에 기독교가 들어 와 있었다는 것에도 놀랄 정도로 무지했다.) 왕과 토론을 벌이다니, 세상에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건물의 생김새도 정말 걸작이다. 외부도 아름답지만, 내부, 중앙에 떠 있는 왕의 좌석이란!!!


디와니암 Diwan-i-Am 안에서. 저 가운데에 악바르 대제가 앉아있었을테지.


씨크리라는 이름은, 지금까지 본 이 왕궁 Royal Palace -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한다. - 과 올드 시티 Old City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라고, 디와니암에서 우리에게 붙어서 떼어내려다가 귀엽고 말도 잘하기에 데리고 다니게 된 꼬마 가이드가 말해줬다. 자기는 이슬람을 공부하는 학생이고, 절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학생' 이라는 말이 나름의 지위와 믿을만한 근거가 되는 위치인 듯 한데 뭐 그런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올드 시티인데, 이건 엄청난 규모의 저수지. 대단한걸?


여기서 가장 엽기적이었던 광경.
성일이와 민호가 본 끔찍한 사건이다.
저 아이가 지금 뭘 하는 것 같은가? 다이빙? 그렇다.
언제 할까?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아니다. 바로 '관광객이 이쪽에 있는 꼬마에게 돈을 주고 뛰라고 할 때' 이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젠장 너희는 유적과 문화를 관광사업으로 돈을 벌어야지 몸을 망가뜨리고 버리고 팔아서는 안되는거다.

그리고 우리는, '파테푸르' 로 이동했다.

by Mjuzik | 2007/06/16 20:57 | Travel - India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Mjuzik.egloos.com/tb/351195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Rusty at 2007/06/17 10:29
폐인;;;;; -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