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지구와 우주를 기록하다 Book

어릴 적 한창 월간 과학잡지 뉴턴을 사 보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별도의 단행본으로 구성해 판매하던 뉴턴 하이라이트 중 우주 관련 책들을 따로 구입해 읽고 공부하며 즐거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천문학자들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라는 그 압도적인 거대함과 신기함에 매료된 나는 자연스레 스티븐 호킹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 말하고 장래 희망으로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는 아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알아가고 당장의 삶에서 더 가시적인 성과와 안정적인 생활을 이룰 수 있는 선택들을 해 오는 사이 작은 몸을 나름의 욕심과 고집으로 가득채웠던 중학생 시기의 감정과 설렘은 잊혀지고 사라졌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 구석 남아있는 불씨라 부르기도 부족한 작디 작은 불티는 다섯 살 짜리 내 분신이 TV를 보고 책을 보며 우주! 달! 에 신기해 할 때 마다 녀석보다 더 신이 나서 이제는 아마도 새로운 분석과 이론의 등장으로 더 이상은 유효하지도 않을것이며 또 너무 오랫동안 내 머리 속 어딘가에 쳐박혀있었기에 원래 내용에서 심하게 멀어졌을 지식을 잘도 끄집어내 듣지도 않는 귀에 대고 집요하게 떠들어대곤 한다. 선생님이 수업에 못 들어왔던 어느 날 어느 시간 내 짝이었던 반장이 답없는 자습으로 조용히 하라 소리를 무한반복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장가 삼아 틀어놓을 구원의 화이트 노이즈를 찾던 그 때 친구들 앞에 나가 사상의 지평면이니 특이점이니 하며 이렇게 저렇게 주워듣고 모아 머리 속에서 조합해 낸 지식을 듣는 사람도 없는데 지껄이던 것 처럼.

책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당시의 내 모습이 다시 내 안에서 커져갔다. 화성에서 물이 발견되고 보이저호는 외우주로 나가는 사이 나는 함께할 사람을 발견했고 아빠라는 영역에 들어왔다. 세상에. 맙소사.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었다가 다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우주는 무한하다. 부모에게 넘겨받아 자식에게 넘겨줄 나의 삶도 또한 어떤 의미로는 무한하다. 언젠가 몸은 사라지고 욕심부리며 열심히 저장 해 온 지식 또한 사라지겠지만 바른 생각과 강한 의지라는, 실체는 없어도 그 영향은 강하게 남게 될 이 고집만은 내 아이에게 받아들여지고 이어지는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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